11
'잃어버렸다' 같은 말은 하지 말고 '돌려주었다'고 말하라. 네 자식이 죽었는가. 돌아간 것이다. 네 부인이 죽었는가? 돌아간 것이다. 재산을 잃었는가?그것도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가져간 사람이 나쁘다고요." 너에게 준 사람이 누굴 통해 돌려받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누군가 너에게 줬다면 아껴라. 다만 네 소유물로서 아끼진 마라. 여관에 묵은 나그네가 된 듯 다뤄라.
12
진척을 내고 싶다면 이런 생각일랑 버려라. '내 문제를 내치면 살 이유가 없겠지.', '자식을 벌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클 거야.' 불안한 풍요 속에 나느니 굶어죽어서 고통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더 낫다. 네 속이 쓰리느니 네 자식이 나쁜 사람인 것이 낫다. 그러니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네 기름 한 방울이 넘쳤는가? 포도주 한 모금을 도둑맞았는가? 스스로 이렇게 말하라. "이건 열정에서 벗어난 대가야. 이건 평온한 마음을 얻는 대가야." 모든 것엔 대가가 있다. 노예를 부른다면 노예가 네 부름을 못 들을 수도 있다. 듣는다 해도 네가 시킨 일을 못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노예는 사정이 좋지 않기에 너를 심란하게 만들 수 있는 쪽은 노예다.
13
진척을 내고 싶다면 바깥 일을 대할 때 기꺼이 바보 얼간이가 되어라. 사람들이 네가 다 안다고 생각하게 두지 마라. 누군가 네가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네 자신을 믿지 마라. 네 뜻을 자연과 맞추는 동시에 바깥 일을 붙잡기란 쉽지 않다. 어느 한 쪽으로 간다면 다른 쪽은 버릴 수밖에 없다.
14
네 자식과 부인과 친구가 영원히 살았으면 하고 비는 짓은 우습다. 네가 건드릴 수 없는 것을 건드리려 하고, 네 것이 아닌 것을 네 것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네 하인이 아무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원한다면, 넌 바보다. 악덕이 악덕 아닌 무언가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뜻이 가져다줄 것에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네 능력에 닿는 것을 실행하라. 사람의 주인은 사람이 바라고 피하는 것을 가져다주고 치워주는 힘을 지닌 자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 주인은 타인에 기대 바라고 피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노예일 것이다.
15
만찬에 온 것처럼 행동하라. 음식들이 줄줄이 너한테로 온다. 손을 뻗어 조심스레 집어라. 네 앞을 지나간다고 멈춰세우지 마라. 아직 네 차례가 아니다. 안달내지 마라. 네 차례를 기다려라. 자식들, 아내, 일, 부에도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넌 신과도 만찬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음식들이 네 앞으로 다가와도 가져가지 않고 경멸한다면, 넌 신의 만찬뿐 아니라 신의 규칙까지 얻게 된다. 디오게네스나 헤라클레이토스도 이렇게 해서 성스럽게 되었고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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