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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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6)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 (남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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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 (남경태)



... 리오타르의 이론이 은연중에 미시적 혁명을 제시하는 데 비해, 보드리야르는 들뢰즈/가타리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혁명을 주장한다. 그런데 묘한 점은 그 혁명이 가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사실이다...


... 합리적 이성에서 출발한 근대사회는 '재현' 체계를 근간으로 삼았다. 재현representation이란 말 그대로 다시re 현실화presentation한다는 뜻이므로 원본의 존재를 전재로 한다. 즉 실재가 존재하고 그 실재를 모방한 이미지가 종속적으로 존재하는 이원론적 질서다. 사실 이런 질서는 근대적 산물이 아니라 플라톤의 이데아론 이래 서양 철학사 전체를 관류하는 사유방식이지만, 그것이 사유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근대에 생겨난 현상이다.

  이 재현 체계는 동일성, 통합성, 안정성을 기본으로 한다. 형이상학적 사유는 이원론인데 어떻게 통합과 안정이 가능할까? 이원론을 이루는 두 항이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면 불가능하지만, 한 항이 다른 항을 종속시키는 불균등한 이원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플라톤의 일원론적 이원론을 상기하라). 즉 재현 체계 속의 이미지는 원본에 해당하는 실재를 사본처럼 반영한다. 사본의 품질은 원본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의해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재현 이미지는 실재와 비슷한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이것이 근대적 사유의 본질이다...


... 그러나 보드리야르는 탈현대에 접어들어 그런 관계가 변화했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는 실재와 이미지,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이원론이 사라지고 양자가 동일해지는 시뮬라크르(simulacre, 모방), 즉 시뮬레이션의 시대다(전체를 통괄하는 거대 담론이 무너지고 부분들이 독자적으로 작용한다고 본 리오타르의 입장과 통한다).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실재는 현실의 실재와 달리 가상이고 환상이므로 전통적인 실재처럼 사실성을 갖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기존의 실재 이상으로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며 오히려 기존의 실재가 했던 역할을 빼앗는다. 원본은 발언권을 잃고 사라진다. 원본이 없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은 '흉내 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 즉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미지가 된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의 실재를 보드리야르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라고 부른다. 과거였다면 원본 없는 이미지는 공허하고 초라했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현실을 대체하고 때로는 지배하기도 한다.

  현대의 전쟁이 그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완전히 컴퓨터화된 현대식 미사일을 발사할 때 병사는 컴퓨터 화면 속의 이미지만을 상대한다. 물론 그 이미지는 현실의 미사일을 나타내고 있지만 병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이미지 기호힐 뿐 그 지시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화면상에서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면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한 것이다. 설사 미사일에 문제가 생겨 화면과 달리 실제로는 빗나갔다 하더라도 그것은 병사의 책임이 아니므로 그는 상관에게서 징계를 당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드리야르는 "걸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상징의 맥락에서 보면 1990년에 미국이 이라크를 대대적으로 폭격해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걸프 전쟁은 '비사건non-event'이고, 2001년에 여객기 두 대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강타한 9.11 사태는 '절대적 사건absolute event'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렇게 실재를 스스럼없이 이미지로 대체하는 관계를 경제학에도 적용한다. 이미지와 현실의 새로운 관계를 확장하면 전혀 새로운 개념의 경제학이 탄생한다. 아무리 가상 세계가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이라 해도 그 근저에는 현실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하는 궁극적 목적은 그 가상 세계에 전시된 현실적인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게임의 가상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결국 현실에 존재하는 나의 정신과 신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렇듯 이미지의 세계는 현실 세계를 반영하며, 현실 세계로 피드백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드리야르는 하이퍼리얼리티의 현실에서 이미지 기호들은 현실과 교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기호들은 기호들끼리 서로 교환된다. 바로 여기서 기존의 정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사용가치나 교환가치와 다른 기호가치의 개념이 나온다.

  루이비통 핸드백이 여느 핸드백보다 특별히 사용하기 편리하다거나 더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롤렉스 시계보다 시간이 정확하고 기능이 많은 시계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루이비통 핸드백과 롤렉스 시계가 사용가치의 면에서 여타의 핸드백이나 시계보다 우월한 요소는 전혀 없다. 탈현대에 이른바 '명품'의 효과는 실용성, 간편성, 아름다운 디자인 같은 고전적인(아울러 근대적인) 가치에 있는 게 아니라 소유자의 부와 지위를 나타내는 기호가치에 있다(그러므로 명품을 가지려는 욕구는 그냥 속물적이고 천박한 게 아니라 기호가치에 대한 욕구다). 더구나 이 기호가치는 결코 관념적이거나 비실용적인 게 아니다. 기호가치는 일류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고급 백화점에 들어갈 때, 심지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갈 때도 소유자에게 현실적인 이득을 가져다준다. 루이비통 핸드백과 롤렉스 시계로 무장한 부부가 문전박대를 당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자본주의 초창기에 마르크스가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를 중시한 것은 혁신적 관점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그 두 가치보다 기호가치를 중시한 보드리야르의 관점은 또 하나의 중대한 혁신이다...


... 그러므로 그가 말하는 혁명도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적인 혁명과는 크게 다르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는 가치를 생산하는 유일한 수단인 노동을 핵심 개념으로 삼지만, 기호의 정치경제학에서 볼 때 노동은 실재적인 힘이 아니라 여러 기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보드리야르는 노동에서 본질적인 것은 생산이 아니고 그에 선행하는 코드화, 표시화, 억압의 기능이라고 본다. "모든 노동은 기본적인 억압, 통제, 규칙의 묶음이며 장소와 시간에 얽매인 일이라는 형태로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코드에 따라 생활 전체에 침투한다." 물론 노동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경제적 생산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보드리야르의 의도는 그런 노동의 의미가 점차 축소되고 노동의 초점이 코드와 규범의 재생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밝히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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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르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의 이미지 변화로 살펴본 건축표현에 관한 연구 - 프랭크 게리 작품을 중심으로 (이건재, 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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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르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의 이미지 변화로 살펴본 건축표현에 관한 연구 - 프랭크 게리 작품을 중심으로 (이건재, 김억)


... 현대사회는 무엇이 실물이고 무엇이 그 모사인지가 분명하지 않게 되었으며 현실보다더 현실적인 재현의 질서가 새로운 문화적 질서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재현과 현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정리하고 있는데 어느 시기에나 재현 과정으로서의 시뮬라시옹, 다시 말해 모사과정은 있었지만 그 의의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르네상스 시기는 신의 질서에서 자연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을 시도하고 기호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였다. 산업화 시대 이후에는 모사품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공산품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까지는 재현은 항상 현실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 현실이 모사과정의 대상이 되고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조와 생산의 시뮬라시옹을 넘어서 현재는 코드가 지배하는 시뮬라시옹의 시대가 온 것이다...


... 현대사회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뮬라시옹의 사회질서에서는 재현과 현실의 차이 내지 간극이 없어져버렸다. 심지어 현실을 모방한 것이 재현이 아니라 재현을 통해서 현실이 확인되는 전도가 일어난다. 현대 사회는 시뮬라시옹의 시대다...


...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 이론에서 이미지의 변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는 다음의 연속적인 단계로 설명한다. 첫 단계는 이미지는 선량한 외양이다. 여기서 재현은 신성의 계열이다. 즉 이미지는 싶은 사실성의 반영이다. 두 번째는 이미지는 나쁜 외양으로 저주의 계열이다. 여기서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화시킨다. 세 번째는 이미지는 외양임을 연출한다. 이 경우의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 마지막 단계의 이미지는 전혀 외양이 아니라 시뮬라시옹의 계열이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르크다. 이미지의 이러한 변화과정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시뮬라르크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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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 작품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연구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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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 작품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연구 (고은영)


... 시뮬라크르는 플라톤 이래 서양 철학에 있어서 화두 중 하나다. 시뮬라크르 개념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외면되거나 배척되어 왔다. 플라톤이 주장하는 시뮬라크르의 개념은 '가짜', 즉 '진짜'를 모방한 '진짜'의 모조품으로서 이데아의 함량이 부족하거나, 거의 이데아의 모습을 내재하지 않은 눈속임으로 배척의 대상이었다. 시뮬라크르를 '있다/없다'는 존재론 입장에서 파악하기보다는 순간적인 것, 지속적이지 않은 것, 자기동일성이 없는 것이라는 딱지를 붙여 '가짜'라는 뉘앙스가 암암리에 내재하는 식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세 단계의 시뮬라시옹 질서로 설명했다. 보드리야르는 중세의 신분사회를 바탕으로 한 고정된 사회질서의 시대가 끝나면서 비로소 첫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이른바 '자연법의 가치'가 지배한 시기로 신의 질서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서부터 자연권에 대한 믿음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흉내내기'가 자연히 재현의 양식이 되었다. 예술은 자연을 흉내 내고자 했고, 이때부터 싹트기 시작한 정치에서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자연권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처럼 흉내 냈다. 두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사회는 산업혁명 중에 등장한 것으로 '시리즈'의 형태로 무한한 재생산이 가능하기 시작했을 때다. 생산은 기계화되고, 일괄생산라인과 자동화의 과정을 거쳐 똑같은 물건들이 정확히, 그리고 무한히 만들어지게 되었다.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의 차이점은 전자가 인간의 자동화에 의거해서 원형을 흉내 내는 데 머문 시뮬라시옹의 시대였다면 후자는 기계에 의한 자동화로 흉내 낸 것으로 대량으로 복제해 낼 수 있게 된 시뮬라시옹 사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세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질서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시뮬라시옹 단계다. 이것은 현실로부터 현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상적 현실 모델로부터 현실이 생성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현실과 현실의 이미지간의 관계가 전도된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는 애매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허구가 현실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허구에 종속되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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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을 통해 본 <사랑을 카피하다> (한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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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을 통해 본 <사랑을 카피하다> (한미라)


... 플라톤의 형상 이론에서 이미지는 항상 원본 실재의 복사물로 간주되거나 객관적 실재의 주관적 가상으로 치부되었다. 이에 반해 벤야민은 아우라가 사라진 기술복제시대에는 원본과 복제, 본질과 현상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보드리야르는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를 원본 없는 가상물이면서 오히려 원본보다 더 원본인 양 행세하는, 허구적 기기호로서의 시뮬라르크로 보았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상징적 교환의 불가능성을 통해 사유의 불확실성을 논한 구조주의자 그리고 시뮬라크르로 현대사회를 이론화한 포스트모더니스트로...


...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것을 말한다. 시뮬라크르는 일반적인 의미의 흉내나 모방과는 다른 것으로, 흉내나 모방이 원본 대상을 근거로 하는 전통적인 재현 체계 속의 이미지에 속하는 것이라면 시뮬라크르는 흉내 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이며, 이 원본 없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에 의해 지배받게 되므로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 된다. 시뮬라크르는 감추기와 구분되는데, 감추기가 무언가를 가졌으면서 갖지 않은 체하는 것이라면, 시뮬라크르하기는 갖지 않은 것을 가진 체하는 것이다. 시뮬라시옹은 참과 거짓, 실재와 상상세계(가상) 사이의 다름 자체를 위협한다. 그러기에 보드리야르에게 있어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며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이다". 시뮬라크르는 "더 이상 실재와 교환되지 않으며 어느 곳에 지시도 테두리도 없는 끝없는 순환 속에서 그 자체로 교환되는 것"이다...


...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 하기'라는 뜻을 지닌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의미로, 이미지가 원본을 가정하지 않고, 스스로 실체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말한다. 시뮬라시옹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하이퍼리얼(파생실재)을 산출하는 작업니다. 여기에서 실재는 전통적인 개념으로서의 현실 혹은 사실을 말하고 하이퍼리얼은 시뮬라시옹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진 실재로서, 사실성에 의해 규제되지 않는 현실을 말한다. 재현이 기호화 실재의 등가원칙에서 출발했다면, 시뮬라크르는 실재에 대한 기호의 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해 모든 지시의 죽음으로서의 기호로부터 출발한다. 재현이 시뮬라시옹을 그릇된 재현으로 해석하고 이를 흡수한다면, 시뮬라시옹은 재현의 축조 자체를 시뮬라크르로 만들어낸다... 


... 재현은 기본적으로 실재와 이미지의 이분법적 분류를 가정한다. 이러한 재현체계 속 이미지는 원래의 실재를 반영한다고 간주된다. 따라서 가장 충실하게 원래 실재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가장 훌륭한 재현 이미지가 도니다. 시뮬라시옹은 실재와 이미지의 이분법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단계로,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가 불분명한 단계다. 이러한 "시뮬라시옹 속에서 재현적 상상세계는 사라지게 된다." 이미지가 모방할 혹은 재현할 실재가 없고 이미지 자체가 실재인 세계에서 상상세계는 존재를 상실한다. 존재와 외양을 나누던, 실재와 이미지를 나누던 기준은 사라지고, 지시대상(실재) 자체가 소멸되어버린다...


...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시뮬라시옹에는 세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 첫 번째 층위는 현실의 복제라는 사실이 확연한 경우로, 소설이나 그림, 지도처럼 현시로가 그 재현 사이의 경계가 명확한 경우, 두 번째 층위는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복제가 잘 이루어진 경우로,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극도로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 결국은 지도가 제국의 전 영토를 덮어버리는, 지도와 현실이 더 이상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지도가 현실만큼이나 현실 같에 되는 경우, 세 번째 층위는 조금도 현실세계에 기초하지 않은 채 스스로 현실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그것이다. 세 번째 층위의 시뮬라시옹은 하이퍼리얼 혹은 원본이 없거나 리얼리티를 상실한 현실의 모델을 창출한다. 이 층위에서는 모델이 현실을 선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현실과 재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재현 양쪽에서 모두 분리되는 것이며, 현실과 재현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도 상관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층위의 시뮬라시옹에서 여전히 현실이 존재하고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에 따라 시뮬라시옹의 성공 여부가 성립된다면, 세 번째 층위의 시뮬라시옹에서는 더 이상 현실 비슷한 것조차 가지지 않으며 실재 원본이 없는 세계를 창출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층위에서는 '진정한' 상태를 파악하려는 명목으로 시뮬라시옹된 징후들 너머를 관찰하려는 시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징후들은 언제나 이미 주체의 수행적 진실인 것으로 간주된다...


... 보드리야르는 한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실재를 하이퍼리얼로 넘어가게 하는 시뮬라시옹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1971년 라우드 가의 사람들을 7개월간 촬영, 300시간의 생방송으로 방영하며 철저한 진본성 속에서 실재의, 경험의, 발굴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 연출자는 '라우드가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거기 없었던 듯이 살았다'고 언급하는데,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참도 거짓도 아닌, 그러나 유토피아적인 공식이 된다. 즉 '우리(연출자)가 거기 없었던 듯이'는 '당신(시청자)이 거기 있었던 듯이'와 등가를 이루게 되는 역설적인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관객과 장면 사이의 거리를 축소하고 붕괴시키는 이상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과도한 투명성의 전율, 실재의 전율 그리고 하이퍼리얼의 미학을 발생시킨다. 실재를 하이퍼리얼로 넘어가게 하는 시뮬라시옹의 즐거움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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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소비에 의한 광고 사례 분석 -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중심으로 (임영미,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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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소비에 의한 광고 사례 분석 -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중심으로 (임영미, 김종민)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이미지의 세계며,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적인 사실이 아닌 이미지와 기호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과 다변화하고 물질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사물에 대한 본질적 가치보다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기호와 사회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광고 사례를 살펴보면 상품이 주는 기능적 설명보다는 상품이 모델화되어 이미지 작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모델화된 이미지 작용은 사실성을 왜곡하여 독립적인 이미지 기호화를 만드는데 이 과정을 시뮬라시옹이라 하였다...


...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대사회를 '소비의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인의 소비는 사물의 '진짜 모습'은 무엇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도구로서가 아니라 기호로서 조작되는 것이다. 기호에 의한 소비는 실재가 사라진 상태로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라고 보드리야는 정의했다...


... 시뮬라시옹 과정에서 시각 이미지가 의미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시각적 표현이 사실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뮬라르크로서 '실재보다 더 나은 실제적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에 의한 시뮬라시옹은 사실성, 변질성, 연출성, 순수성 등의 4가지 유형 관계로(김찬수, 2011) 정리될 수 있는데 첫 번재는 사실성에 의한 관계로 '이미지는 깊은 ㅏ실성의 반영이다'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이미지에 대한 변질성 관계로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연출성과의 관계로 '이미지는 깊은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고 마지막은 순수성으로 '이미지는 자기 자신만의 순수한 시뮬라르크다'라는 것이다...


...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기호의 질서'라고 말했으며 ,기호에 따른 제품의 소비를 현대 소비사회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다. 초기 제품 광고는 기능적 혜택을 강조하여 합리적 소비로 이끌어 냈다면, 제품의 이미지에 의한 상징적 소비, 경험적 소비, 기호가치에 의한 사회적 소비로 다양화되었다. 사회과 변화하고 풍요로워짐에 따라 사람들이 사물에 대한 실재적인 가치보다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기호와 사회적 이미지인 기호를 소비하는 형태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보드리야르의 기호에 의한 이미지 소비는 자신의 주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비 사회에서 강요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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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이 현실을 구원하는 시뮬라시옹의 세계 (심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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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림 시인은 가상이 현실을 구원하는 시뮬라시옹의 시세계를 보여준다. '거기에서는 콘돔도 쓰지 않는다. 모든 걸 물로 씻어버린다'는 것은 가상의 세계다. 이런 가상의 세계를 현실보다 더 리얼리틱하게 그려놓고 있다. 현실 속에서 모조품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수상가옥>이라는 시뮬라시옹을 제시하여 그것 자체가 원본과는 또 다른 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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