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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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예를 들어 논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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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아들 헥토르를 잃고 슬픔에 잠긴 프리아모스에게 밥을 먹으라며 이처럼 말한다.


“노인장! 이제 그대의 아들은 그대의 소원대로 풀려나

침상에 누워 있으니 날이 밝아 그를 데려갈 때 직접

보시게 될 것이오. 그러니 지금은 저녁 먹을 생각이나 합시다.

고운 머리의 니오베도 먹을 생각은 했으니 말이오.

그녀는 열두 자녀를 자기 궁전에서 한꺼번에 잃었는데,

그중 여섯은 딸이고 다른 여섯은 한창때의 아들이었소.

-일리아스(천병희 옮김)


  예를 들어 설득하는 방법은 고대부터 유명했다. 당장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의 철학서, 성경과 불경 등 경전은 늘 예를 들며 자신의 의견을 알렸다. 독자가 무식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예를 들어야 더 설득력이 생긴다.


  예시는 빠르고 강력하다. 듣는 사람도 다 아는 내용이라 또 설명할 필요가 없다. 친숙한 내용을 말해주니 부담감도 반발감도 적다. <수사학>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를 드는 기법을 좋아하진 않았다. 소피스트들이 온갖 입에 발린 궤변으로 설득하는 모습이 지긋지긋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로 설득하는 것을 더 높게 평가했다. 그래도 예로 드는 기법에 ‘예증법(Paradeigma)’라는 이름은 붙여주었다. 요즘은 유비논증(Analogical argument)이라고 한다. 비슷함을 근거로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유비논증도 논리적 논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설득하는 방법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걸까? 그렇다. 예시는 예시일 뿐이다. 똑같지는 않다. ‘이순신 장군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주식투자도 죽을 각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전쟁과 주식은 다르다. 여러분이 예증법과 유비논증을 반박하려면 논증하려는 주제와 예로 든 것이 다르다고 말하면 된다.


  그래도 예시는 강하다. 어떻게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드는 예시가 유명하고 친숙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비유는 효과가 없다. 또 예로 든 것과 논증하려는 것이 비슷할수록 좋다. 이왕이면 주장하려는 것과 배경 원리가 같은 예시를 들어보자. 정확성도 필요하다. 예시가 정확하다면 상대는 예시가 생뚱맞다고만 말할 수 있을 뿐, 예시는 반박하지 못한다. 과학 법칙이나 통계가 그런 예시다. 상대가 믿는 종교나 존경하는 인물에서 예시를 끌어오면 효과는 커진다. 기독교도에겐 성경을 예로 들고 불교도에겐 불경을 예로 들자는 것이다.


"그가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종파의 추종자라면,

그를 상대로 우리는 그 종파의 잠언을 논쟁의 전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토론의 법칙(최성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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