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유토피아
연예인 화보, 쇼핑몰 화보, 걸그룹과 아이돌 화보, 수영복, 레깅스, 래쉬가드, 잡지 등
오시이 마모루 작품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연구 (고은영)
반응형

오시이 마모루 작품에 나타난 시뮬라시옹 연구 (고은영)


... 시뮬라크르는 플라톤 이래 서양 철학에 있어서 화두 중 하나다. 시뮬라크르 개념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외면되거나 배척되어 왔다. 플라톤이 주장하는 시뮬라크르의 개념은 '가짜', 즉 '진짜'를 모방한 '진짜'의 모조품으로서 이데아의 함량이 부족하거나, 거의 이데아의 모습을 내재하지 않은 눈속임으로 배척의 대상이었다. 시뮬라크르를 '있다/없다'는 존재론 입장에서 파악하기보다는 순간적인 것, 지속적이지 않은 것, 자기동일성이 없는 것이라는 딱지를 붙여 '가짜'라는 뉘앙스가 암암리에 내재하는 식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세 단계의 시뮬라시옹 질서로 설명했다. 보드리야르는 중세의 신분사회를 바탕으로 한 고정된 사회질서의 시대가 끝나면서 비로소 첫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이른바 '자연법의 가치'가 지배한 시기로 신의 질서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서부터 자연권에 대한 믿음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흉내내기'가 자연히 재현의 양식이 되었다. 예술은 자연을 흉내 내고자 했고, 이때부터 싹트기 시작한 정치에서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자연권의 이념을 구현하는 것처럼 흉내 냈다. 두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사회는 산업혁명 중에 등장한 것으로 '시리즈'의 형태로 무한한 재생산이 가능하기 시작했을 때다. 생산은 기계화되고, 일괄생산라인과 자동화의 과정을 거쳐 똑같은 물건들이 정확히, 그리고 무한히 만들어지게 되었다.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의 차이점은 전자가 인간의 자동화에 의거해서 원형을 흉내 내는 데 머문 시뮬라시옹의 시대였다면 후자는 기계에 의한 자동화로 흉내 낸 것으로 대량으로 복제해 낼 수 있게 된 시뮬라시옹 사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세 번째 단계의 시뮬라시옹 질서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시뮬라시옹 단계다. 이것은 현실로부터 현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상적 현실 모델로부터 현실이 생성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현실과 현실의 이미지간의 관계가 전도된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는 애매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허구가 현실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허구에 종속되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반응형
  Comments,     Trackbacks